누구나 한번쯤 '기억력이 좀더 좋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곧 시험을 치러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기억술' 이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한번 보거나 들었던 것은 무엇인든 금방 기억하고, 기억한 것은 잊어버리지 않고 늘 기억해 낼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부러운 일일 것이다.
그럼 완벽한 기억력이란 것이 정말 대단한 것일까?
상상해 보자. 당신이 실제로 이전에 경험했던 일에 대한 모든 것을 그 세부에 이르기까지 기억하고 늘 잊지 않고 있을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공부라면 모를까 인생을 두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썩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지 않은가?
매일매일의 인간관계, 상대방이 했던 말, 가게 점원의 태도, TV 뉴스, 잡지에 실려 있던 것 등 매일의 생활에는 멋진 일도 있고, 정말 싫은 일도 많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머리속에 축적했다고 치면, 쓸데없는 것까지 기억할 뿐만 아니라, 그 쓸데 없는 것까지 기억하게 되니까, 오히려 불편한 경우가 많이 생길 것이다.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는때, 어제 식사가 맛있었다는 생각을 해내거나, 즐거웠던 데이트를 떠올리게 되면,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탁월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던 작가 겸 평론가인 A 씨에게 이런 일화가 있다. A 씨의 아내는 남편이 했던 말을 금방 잊어버려서, 그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이를 귀찮아 한 A 씨는 몇 번씩이나 똑같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부인에게 자신이 했던 말을 하나하나 노트에 적어두도록 하였다.
부인은 남편이 말한 것을 자주 잊어버려서, 노트를 보고 다시 되새기는 것을 반복했다고 한다. A씨는 그 노트를 '아내의 바보수첩'이라 이름을 지어 붙였다.
이는 필시 부인의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A 씨의 기억력이 보통 사람을 뛰어 넘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A씨와 그의 부인이라면 또 몰라도, 일반대중인 우리들에게 그러한 기억력의 소유자가 있다면, 인간관계가 거북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상대방에게 "그 옷을 입었던 게 작년 10월 말부터 한달만이군", "그 이야기는 벌써 4번째라구,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라는 식의 탁월한 기억력으로 지적해 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앗! 하는 순간 귀찮아 하는 상대의 모습을 볼 것이다.
혹 기억해 내었더라도, 무턱대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겐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기이해서,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알고 있는 것'은 별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어지는 경향이 있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은 편리한 점이 있더라도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경우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잊어버리는 것은 좋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망각은 우리 머리의 건전한 작동과 마음의 안정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능란하게 잊어버리는 것이 창조의 비결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누구나 필요 없는 기억은 적당히 잊어버리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므로 머릿속에 여유가 생겨, 눈 앞의 것에만 집중하여 몰두 할 수 있는 것이며, 마음의 평안을 계속 유지하며 매일 생활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