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천성?
요즘에는 아마 누구나 범죄를 저지를지 아닐지는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천성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낙인 찍혀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 전엔 그렇지 않았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천성이라는 생각이 힘을 발휘했던 시대도 있었다.
19세기 영국, 유럽 등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는 원래 영국의 골턴이라는 유전학자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의 사촌) 가 인간의 본질을 유전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던 것이 시초였다.
골턴은 우수한 능력을 가지 사람의 혈통에서 우수한 자손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확인하여, 인간의 능력이나 성격이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을 제출했다.
범죄자는 외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유전 중시의 사상은 범죄정신의학의 선구자였던 롬브로즈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 라는 생각으로 전개되어 나갔다.
롬브로즈는 유전 또는 진화론의 사상을 근거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범죄자가 될 사람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으며, 그 증거는 '조상회귀'의 특징으로 신체에 나타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조상회귀 의 특징이라는 것은 침팬지 등 유인원의 특징을 말한다. 예를 들어, 턱이 크고 머리의 크기에 비해 얼굴이 눈에 띄며, 팔이 길고, 어려서도 이마에 주름이 많다든가, 통증에 둔감하다는가 하는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러한 신체 특징을 지니면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체포되거나, 형사재판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해졌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롬브로즈는, 범죄예방을 위해서 '조상회귀'의 특징을 지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기 이전에 미리 격리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고 하는데 이는 실행 되지 않았다. (실행되면, 인권상 커다란 문제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롬브로즈의 주장은 논거가 애매한 점이나, 범죄의 사회적인 배경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아 오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범죄자의 뇌에는 특징이 있다?
반복되는 이야기인데, 롬브로즈가 말한 신체의 특징으로부터 알 수 있는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 라는 생각은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태어날 때 소질에 대해 처음부터 아예 생각하지 않을 리는 없다.
일반적으로 범죄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그 범죄를 야기한 요인을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생각한다.
사회환경적인 측면, 본인의 심리적 측면 그리고 본인의 신체적 (생물학적) 측면이다.
이 중에서 태어날 때부터의 소질에 해당하는 것이 신체적 (생물학적) 측면이다.
신체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특히 뇌의 구조를 조사해 범죄의 원인으로 이어질 법한 뇌의 특징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매우 악질적이고 흉악한 범죄가 세간을 들끓게 하고 있다. 사소한 이유로 안면이 있는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다든가, 명확한 이유 없이, 계획적으로 어린 아이를 계속해서 살상하는 등의 사건들이다.
이러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뇌를 조사해 보면, 뇌가 위축되어 있다거나, 뇌에 미세한 손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도 있다.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통계학적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흉악 범죄자 쪽이 확실히 이러한 생득적인 뇌의 이상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 참고로, 생득적인 뇌의 이상은 유전이라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전 태아일 때 어떤 이유로 생긴 이상이라는 말이다.)
뇌의 이상이라는 사실만을 범죄와 연결지어, 뇌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범죄자의 뇌에 특정한 징후가 보인다는 사실은 범죄의 대응이나 예방 등에 있어 앞으로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범죄자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성격이나 좋은 두뇌가 무엇으로 결정되는지에 대해 오래 전부터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 라는 생각은 우리의 성격이나 좋은 두뇌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다는 이론 중 하나의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이와 같은 이론을 생득설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인간은 태어날 때는 동등하며 성격이나 좋은 두뇌를 결정하는 것은,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나는가 하는 이론이 있다. 이를 경험설 또는 환경설이라고 한다.
환경설로 유명한 사람이 20세기 초의 미국인 심리학자 왓슨이다.
왓슨은 원래 흰쥐를 무서워하지 않던 갓난아이에게, 흰쥐를 볼 때마다 커다란 굉응을 들리게 한 단순한 실험을 통해, 그 갓난아이에게 흰쥐를 볼때마다 두려워하여 도망치도록 하였다.
그렇게 하여, 왓슨은 인간의 성질은 경험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실증하였다.
즉 인간을 결정하는 것은 태어날 때의 자질보다는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경험을 했는가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왓슨은 범죄자의 아이라 하더라도 자라난 과정에 따라서는 보통의 아이로 자랄 수 있으며, 도덕적인 가정의 아이라 하더라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에게 건강하고 잘 자란 12명의 아이와 그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나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를 제공해 달라. 그리하면 그 아이들 중 한 아이를 무작위적으로 선택해 훈련시켜 내가 선택한 전문가 - 의사, 법률가, 예술가, 실업가와 함께 거지, 도둑까지도 길러 보이겠다. 아이의 조상이 가진 재능, 취미, 경향, 적성, 능력이 어떻든 간에.
왓슨 본인도 이것이 극단적인 발언이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만큼 환경이나 경험이야말로 인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환경 때문에 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라고 하면 집안이 가난한데다, 충분한 예의범절이나 교육을 받지 못해 그 결과 좋은 쪽으로 자라지 못하고, 마음이 병들어 나쁜 길로 빠졌다..는 식의 불운한 환경의 범죄자 라는 스토리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면 정말로 왓슨이 말한 대로 환경만으로 사람이 결정되어 버리는 것일까?
똑같이 가난하고 불운한 환경이었다 하더라도, 범죄와는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이 세상에 허다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러한 보통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은 보도되지 않고, 기록에 남는 것도 아니니 우리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러한 이유로 환경이 불운하여 범죄로 치닫는 사람의 존재만이 기록으로 남게 될 뿐이다.
더군다나, 지금에 와서는 가난하고 불운한 환경에 처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범죄의 유형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나,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의 범죄가 일반화되고 있다.
자라난 환경만으로 인간이 결정된다고 단순하게 뎔론짓는 것은 역시 조금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여,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왓슨에게는 2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한 아이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또 다른 한명은 범죄자가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