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회일수록 인간의 의식과 관련되는 억압이 강해진다.
억압되면 그 의식은 다른 형태로 표출되는데, 화제에 있어서도 실은 그 내용과는 다른 곳에 참된 욕구가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서, 의식과 화제 사이의 왜곡 패턴을 알면 뜻밖에 상대방의 심리를 간파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다.
주행거리, 속도, 마력 등 그들의 이야기는 자동차의 파워나 능력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하다.
한때, 1950년대의 미국에서는 햄버거 하우스나 아이스크림 판매소에서 10대 남자와 여자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드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때도 소녀들의 불만은 남자들이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만 할 뿐, 자신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 잡지의 인생 상담코너의 답변자는 소녀들의 이와 같은 불만에 답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당신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자동차를 구실로 삼아 페니스의 크기나 힘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인 앞에서 그런 것을 화제로 삼을 수 없어서 자동차 이야기에 열중하는 것이다.
따라서 싫은 내색을 보이지 말고 열심히 들어주면 애인의 자존심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자동차와 섹스의 연관은 결코 황당무계한 것이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따져본다면 자동차는 페니스의 심벌이며 내부공간은 여성의 질을 상징한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젊은이들이 섹스에 관한 화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려 무의식 중에 자동차 이야기기에 몰두하게 된다는 심리적 상관관계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므로, 자동차 화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상대방은 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이 연애니 사랑이니 하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드러내놓고 성에 대해 말할 수 없으니까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로맨틱한 단어로 코팅하고 있다는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연애를 이상화 하는 경향이 강한 소녀가 아닌, 꽤 나이를 먹은 여성이 툭하면 연애니, 사랑을 입에 올리는 경우, 당사자는 못 깨닫는지 몰라도 그 심리 깊숙한 곳에 채워지지 않는 성욕이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 할 수 있다.